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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책] 대통령의 글쓰기 본문
우리는 살면서 많은 글을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정보나 재미를 주고 받기 위해서 블로그 글이나 책을 쓰고 읽을 수도 있고, 일을 하면서 보고서를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제안서를 쓰기도 한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은 본인의 연구를 세상에 알리고 (졸업을 위해) 논문을 쓰며, 언론인들은 정보 전달과 비평을 위해 신문에 글을 쓴다.
글쓰기를 크게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로 나누어보자면, 앞서 언급한 예시는 실용적 글쓰기에 포함된다. 이런 글은 그 평가가 다른 글에 비해 객관적이고 글을 쓰는 방법이 어느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학적 글쓰기도 잘 쓰는 방법이 존재할 것이고 뛰어난 문학 작가들이 존재한다.)
내가 주로 하게 될 실용적 글쓰기를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최근까지도 이런 저런 글을 쓰면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항상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 생각에 글쓰기를 위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 시작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 교보문고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8년간 직접 보고 들은 대통령의 글쓰기 핵심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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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강원국 작가는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8년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는 일을 한 연설비서관의 일을 하였다. 그 외에도 대우 김우중 전 회장과 효성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던 때에 스피치라이터로 일했고, 몇몇 기업에서 글 쓰는 일로 20여 년 동안 밥 먹고 살아왔다.
약력만 봐도 글쓰기에 진심이고 상당한 고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가 연설비서관실에 있을 때 두 명의 대통령을 보며 배우고 느낀 점들을 정리했다. 대통령들의 이름을 보면 작가의 정치적인 성향이 짐작은 가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책의 내용에서 불필요하거나 논쟁의 여지가 큰 정치적인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 책을 글쓰기를 위한 책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눈에 띄지도 않는다.
아무튼 이 글의 구성을 보면, 총 40개의 챕터로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과 방법, 연설 혹은 발표에 적용해보면 좋을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간중간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고 네 개의 주제 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풀며 총 열 가지의 이야기로 환기를 시킬 수 있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인상 깊은 구절이나 내용을 추려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기록을 못했거나, 너무 길어서 빠진 내용도 있기도 하고, 아무리 실용적인 글쓰기라 할지라도 그 방법은 각자마다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참고만 하고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나오는 게 글이란 얘기다.
"결국엔 시간과 노력이다" 챕터의 내용이다. 지금 보니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입니다"와 같이 굉장히 상투적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맞는 말이다. 계속 퇴고하고 읽어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록 좋은 글이 나오는 법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책의 중간중간 등장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문장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로 단락별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서두에 규정하고 뒤에서 푸는 전개 방식을 선호했다. ...(중략)... 단락의 맨 앞에 툭 치고 나오는 말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서술하기" 챕터의 '연역과 귀납'에 해당하는 문단의 일부이다. 이 부분은 글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영어로 된 논문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글 쓴 사람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유독 오래 걸리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연역과 귀납'의 방식을 통해 서술하는 것은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친절하게 이해시켜주려 노력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나도 글을 쓸 때에 각 문단에서 할 이야기를 리스트 형태로 적고, 그러면서 글의 흐름을 맞춘 후에 그 글을 바탕으로 진짜 쓰고자 하는 글을 쓴다. 그럴 때에 보통 그 리스트들이 문단의 첫 문장이 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서술하기"와 "표현하기" 챕터의 모든 내용들은 정말 글쓰기를 할 때 고려할 실질적인 방법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적용될 수 있으며, 그 예시와 비유도 이해에 도움을 준다.
두 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이 예시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인상 깊은 내용들이 많이 있어 두 명의 대통령이 확실한 달변가이자 글쓰기 고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대중들이 잘 모르는 '연설비서관'이라는 직책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그의 태도, 청와대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었다.
두 대통령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동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명의 대통령 모두 글쓰기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이고, 대통령이라는 위치의 무게감도 있기 때문에 그들을 모시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원국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리가 높은 분을 모셔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자랑스럽다. 첫째는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글쓰기 분야에서 최고인 두 분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내 생각과 맞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상관을 좋아하면서 생각이 일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분은 지금의 삶을 살고 계시는 게 정말 운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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