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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책] 세이노의 가르침

응솩이 2025. 9. 2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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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책을 워낙 빠르게 읽고 글을 썼기도 했고, 8월 중순부터 일이 바빠지면서 책 읽기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권씩 읽는 것에 대한 목표는 이루고 있지만, 아직 독서가 삶의 일부가 되지는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일을 시작한지도 일 년이 되어가고, 커리어와 삶에 대한 고민을 두루 하고 있어오던 와중에 책을 읽기 위해 전자책 순위를 보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알고 있던 책이라 그런가 다른 책들보다 신뢰가 갔다.

 

이따금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만나게 되는데, 『세이노의 가르침』은 그 정점에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정식 출간 전부터 PDF 파일로 공유되며 '부자학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이 책은, 뜬구름 잡는 위로나 희망 대신 피보다 진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따끔한 조언을 넘어 때로는 욕설에 가까운 직설적인 가르침이 가득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수많은 팬이 생기고 결국 베스트셀러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필명 ‘세이노(SayNo)’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는 뜻이다. 2023년 기준 순자산 천억 원대 자산가인 그는, 젊은 시절 온갖 고난을 겪으며 학연, 지연, 혈연 없이 오직 자신의 피와 땀으로 부를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나누는 데 있어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이 책 역시 무료로 배포되었다.

 

세이노의 가르침 | 세이노(SayNo) - 교보문고

세이노의 가르침 | 재야의 명저 《세이노의 가르침》 2023년판 정식 출간! 순자산 천억 원대 자산가, 세이노의 ‘요즘 생각’을 만나다2000년부터 발표된 그의 주옥같은 글들. 독자들이 자발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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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껴질 때」에서는 학벌이나 배경이 없는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부터 실패를 대하는 자세, 일의 의미까지, 바닥에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2부. 부자로 가는 길목에서」는 돈에 대한 위선을 버리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법,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의 특성 등 부의 길목에서 마주하게 되는 심리적, 철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마지막 「3부. 삶의 전반에 조언이 필요할 때」에서는 협상법, 인간관계, 좋은 의사와 변호사를 만나는 법 등 삶 전반에 걸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들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가르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여러 가르침이 소챕터 형태로 들어있으며, 제목부터 직관적이라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고 읽기도 좋다. 각 가르침은 보통 어떤 사례나 자료에서 시작하여 교훈을 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문제는 그대로 남겨 둔 채 그 문제로 인하여 생긴 스트레스만을 풀어 버리려고 한다면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 아닌가.

 

1부의 ‘스트레스의 뿌리를 없애라’ 는 가르침 중 일부다. 한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느긋하게 살고, 일에 쫓기지 말고, 욕망을 줄이라는 이야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방식대로 살아간다면 몇 년 후 건강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하고 있던 일은 무너지고 직장 생활 역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있다. 하지만 건강을 지킨다고 해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한때 ‘이런 삶을 계속하다가는 건강을 잃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결국 그곳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현실에서 마냥 즐겁고 느긋하게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은 정도가 한결 가벼워져, 가끔 오는 스트레스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단련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고 오히려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커서 좋다. 각자 상황에 맞는 적정 수준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내가 예전에는 문제 해결 능력을 몰랐기에 회피라는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이 가르침 속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저자가 오랫동안 사용한 방법도 소개된다. 인식 상태에서 무의식 영역을 건드리는 방식이라고 하며, 구체적인 실천 방법 또한 제시한다. 

원래 명분이란 이처럼 개인의 욕심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주는 습성이 있으므로,
언제나 명분에 속지 말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이 문장은 가르침의 핵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특히 공감이 되어 기억해두었다. 2부의 ‘가난한 자의 특성은 버려라’라는 가르침 속에서 저자가 도서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도서 구입을 둘러싼 명분과 속셈을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듯 언급한 내용이다. 전자책으로 읽다 보니 다른 독자들의 하이라이트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나만 공감한 것이 아니라 많은 독자가 이 부분에 주목했던 듯하다.

저자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면, 그는 돈 받은 것 이상으로 일하지 않으려 하고, 운명론에 빠져 노력을 포기하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태도들이 가난을 세습시킨다고 지적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부자의 습관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가난으로 이끄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은 꽤 뼈아프게 다가온다.

조금은 뜬금없을 수 있지만, 이 대목에서 박진영이 건강 관리와 식단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박진영은 아는형님에서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는 것보다, 몸에 해로운 것을 먹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성공이나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도 해로운 것을 멀리하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결국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공대 출신자가 넥타이 매고 앉아 있으려고 하는 순간
그의 앞날은 어두워진다는 것도 알아두어라.

 

3부의 가르침 중 ‘공대에 관하여’는 내가 공대 출신이라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최첨단 분야에 뛰어든 사람은 큰 부자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경쟁자가 지나치게 많고 투자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무실이나 연구실보다 현장에서 더 뛰어야 하는 로우테크(Low Tech) 분야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경쟁자가 많기는 하지만, 이론적 기반과 최신 동향까지 꿰뚫을 수 있는 공대 출신자는 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공학 분야에서 경험했던 여러 장면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학술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 로봇이 요즘은 각광받고 있지만 과거에 로봇(혹은 메카트로닉스)으로 돈이 된 사례는 의외로 공사 현장에서 안전바를 흔드는 로봇이었다는 점, 제어공학에서 가장 큰 돈을 번 사례가 거창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크레인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어하는 특허였다는 점 등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몇몇 성공한 기술 스타트업 뒤에는 이름조차 남지 못한 수많은 도전이 있었고, 그중에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성공이라는 사실도 떠올랐다.

저자가 경험적으로 분류한 공대 출신자들은 크게 두 부류라고 한다. 첫째, 원래 취미나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공대에 들어와 졸업 후 관련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해온 사람. 둘째, 호기심이 왕성해 학점과 상관없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취직 후에도 회사에서 시키지 않는 분야까지 구글링하며 파고드는 사람.

첫 번째 부류라면 대기업에 남아 안정적으로 일하는 편이 맞으며, 사업가가 되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실 그런 성향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을 것 같다. 반면 공학을 업으로 삼아 크게 성장하고자 한다면, 호기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공감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가르침 외에도 공감가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세이노의 가르침』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오히려 불편하고,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 대신 현실적인 방법을 찾고,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어떤 책보다 강력한 동기부여와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할 것이다. 세상의 쓴맛을 기꺼이 감내하고 부를 향한 정면승부를 원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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